티스토리 뷰
영화<신세계>줄거리
강형철 과장은 귀화한 화교 출신의 신임 경찰 청년과 비밀리에 접촉하여 여수의 건달이었던 정청과 한패가 되도록 조장한다. 정청은 이자성의 보좌를 받으며 조직을 만들고 급성장해 6년만에 전라도를 제패한 조직 '북대문파'의 보스가 되고 서울까지 진출한다.
비슷한 시기에 장수기가 보스인 서울의 '제일파'와, 석동출이 보스인 경상도의 '재범파'까지 3개 조직은 서울에서 영역이 겹치게 되면서 충돌한다. 이 당시 강 과장을 위시한 경찰측에서는 북대문파를 이용해 3개의 조직이 분쟁을 벌이도록 해서 전부 공멸시키려고 계획한다.
그러나 예상 외의 사태가 발생한다. 제일파, 북대문파, 재범파가 싸우지 않는 것을 넘어서 조직을 전부 합쳐 하나의 기업형 조직으로 발전한 것이다. 재범파의 보스인 석동출이 회장이 된 조직연합은 골드문이라는 이름의 중견기업으로 변모한다. 석동출, 장수기, 정청이 순서대로 1, 2, 3위를 차지했고 작지는 않지만 3대 조직에 비할 바는 아닌 중소 계파의 이사들과 각각 재범파와 북대문파의 2인자였던 이중구, 이자성도 중역을 차지했다. 합치기 이전에도 각자 전국구로 통할만큼 세력이 컸던 골드문은 금방 금융, 건설, 무역, 엔터테인먼트, 관광까지 아우르며 큰 기업으로 성장해버리고 만다.
이 과정에서 골드문은 정계와 교육계에도 발을 뻗쳐서 기업다운 세력을 구축했으며, 내부 투쟁에서 열세에 처한 제일파는 계파로는 사실상 해체되고 장수기는 바지사장으로 전락한다. 삼합회와 튼튼한 인맥을 가진 북대문파는 건설과 무역 등의 이권이 큰 대외 사업을 전담하면서 정청은 종이호랑이 장수기를 넘어서는 사실상 골드문 서열 2위, 석동출 회장의 신임을 받는 위치에 오른다. 반면 지지세력은 탄탄하지만 입지가 애매해진 인물이 그 다음서열인 이중구였는데, 젊은 나이에 석회장의 최 측근으로서 재범파의 서열 2위인 이중구는 재범파를 이끌고 금융과 정보통신 사업을 담당했으나 점차 골드문 내의 입지에서 정청에게 밀리는 인상을 받게 된다.
경찰은 단순 깡패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을 불린 이들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특히 이자성을 통해 조종해 온 줄 알았던 정청의 어이없는 조직 통일 탓에 계획을 망친 강 과장은 분을 삭혀야 했다. 기업형 거대조직 탄생에 일조해버린 강 과장은 자신의 마지막 패인 이자성을 온갖 수단으로 압박하면서 무리할 정도의 스파이 행위를 강요했다.
이자성은 몇번이고 말을 번복하고 자신을 협박하고 괄시하는 강 과장에게 분노했지만, 경찰로서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위해 강 과장의 요구를 들어 골드문 내부자료를 경찰쪽에 계속해서 흘렸다.
그 결과 석 회장은 경찰에 체포되기에 이르지만,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멀쩡히 풀려난다. 골드문 내부에서는 회장의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대적인 내부 스파이 숙청이 일어나면서 기존 간부들이 여럿 제거당했다. 이렇게 숙청당하는 간부를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등장인물
이자성(이정재) : 정청의 오른팔로 정청과는 여수의 일개 건달이었을 때부터 호형호제하던 각별한 사이이다. 정청을 골드문 내 3인자로 이끈 숨은 공신으로 정청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청과 같은 전라도 여수 출신의 동향이고 같은 화교 출신으로서 친형제만큼 친해졌다. 자성과 만난 이후부터 정청의 일이 잘 풀려서 정청은 자성을 복덩어리이자 충성스런 심복으로 여겼다. 그냥 골목 깡패였던 정청을 전국구로 키운 인물로 정청처럼 큰 그림을 그려내는 건 아니지만, 결단을 해야 할 땐 피도 눈물도 없이 단호한 추진력을 보이기도 하며 실무에도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 정청이 주로 상하이 쪽에서 일을 본다면 국내의 일은 모두 이자성이 도맡아서 처리한다.
강형철(최민식) : 한국 최대의 조직폭력집단 골드문을 장악하기 위한 경찰 작전 '신세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자다. 극중에서 이 인물을 상징하는 공간은 폐쇄된 실내낚시터. 이 장소는 이자성과 비밀리에 접선하는 곳이다. 원칙대로라면 이자성은 출장소라고 불리는 신우(송지효 분)의 바둑 기원을 통해서만 의사를 전달해야 하며, 신분 노출 위험이 있어 이곳으로 직접 강 과장을 찾아오는 것은 금지이다. 또한 이 실내낚시터의 물을 보면 척 봐도 똥물이라 물고기가 아예 살 수 없는 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흙탕물에 사는 붕어, 잉어도 이런 썩은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이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 과장의 행동은 "더러운 물에서는 고기를 잡을 수 없다"의 의미와 부합하여 강 과장의 계획이 실패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정청(황정민) : 전 북대문파 두목이자 현 골드문 그룹 전무이사이다. 여수의 동네 건달에서 전국구 조직의 실세가 되기까지 6년 밖에 걸리지 않은 상당히 비범한 인물이다. 화교 출신으로 중국어가 능숙하고, 중국 문화에 밝다보니 대중 비즈니스를 도맡고 있다. 상하이로 출국할 때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하는 장면으로 미뤄보면 귀화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공식적인 조직 서열은 3위이다. 그러나 서열 2위인 장수기가 석동출의 전 제일파 숙청으로 인해 뒷방 늙은이로 전락해서, 실질적으로 서열 2위다. 골드문으로의 통합 과정에서 들어온 '굴러온 돌'이기 때문에 서열 4위 이중구를 위시한 전 재범파와는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그래도 석동출이 친히 프락치 색출을 맡기고, 이권이 큰 해외 사업을 맡긴 것을 보면 석동출의 신임을 크게 받았던 모양이다.
별 것 없는 동네 건달이었던 시절에 자신과 같은 화교 출신의 동향 후배인 이자성을 만나 그의 보좌를 받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며, 그 덕에 자성을 크게 아끼면서 신임한다. 자성에게는 손찌검 한 번조차도, 장난으로라도 절대로 하지 않으며 그 대신 석무가 다 맞는다. 자성은 엄연히 자신이 모시는 큰형님인 정청에게 버릇없게 굴거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도, 빈말로라도 질책은커녕 도리어 좋게 받아들일 정도이다. 정청의 자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영화의 결말부 자성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중구(박성웅) : 골드문이 탄생하기 전에는 석동출이 이끌었던 폭력 조직 재범파의 2인자로 석동출의 오른팔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범파가 정철이 이끄는 북대문파, 장수기가 이끄는 제일파와 합쳐 골드문이라는 새 살림을 차리자 정청에 밀려 공식 서열 4위로 떨어진다. 게다가 극 중 그룹 이사들이 "회장님이 정청이를 엄청 예뻐하시니까"라는 등의 발언을 살펴보면 골드문 창립 후 석동출의 총애를 약간이나마 정청에게 빼앗겼던 듯한다. 석동출이 사망하고 난 후 졸지에 정청과 그 휘하 화교의 북대문파가 실권을 장악할 상황에 처하자 그룹 이사들이 그제서야 이중구에게 붙는데, 그의 뒤를 봐 주는 대가는 없냐고 이사들이 묻자 이 영화의 명대사가 나온다. 살려는 드릴게.
이러한 연유로 정청과는 불편한 관계에 있다. 그래도 일단은 골드문의 초대 회장인 석동출의 최측근이었고, 골드문 최대 계파인 재범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 석동출 사후 정청과 더불어 유력한 후계자 위치에 있는 인물로 분류되었다.
석동출 사후 재범파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선배님들'로 지칭되는 과거 조직 간부 출신 이사들이나 경찰 쪽 사람들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가 정청에 비해 훨씬 강경하다. 한편 여기서 보여주는 이중구의 모습은 아주 조폭 두목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업 이사도 아닌 그 중간 정도의 모습. 그래서 아직도 조폭 모습 그대로인 정청과 달리 이중구 스스로는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대신 품위 있으면서도 위압감 넘치는 독설을 쉴 새 없이 퍼붓는 모습이 압권이며 등장하는 장면은 다른 주역에 비해 적지만 누구 못잖은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평론가들의 이야기
강성률은 "노골적일 정도로 '무간도'(2003)를 차용"했음을 지적하면서도 "또한, 흥미롭게도 '신세계'는 어느 순간 '무간도'를 넘어선다"며 영화의 성취를 높게 평가했다. 이동진은 "작품을 시작하고 끝내는 방식에서도 의문이 있고 장르적인 인공성이 지나쳐서 이토록 엄청난 이야기의 귀결에도 불구하고 감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단점을 들었으나 동시에 "하지만 이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장르영화적인 쾌감이 대단한 작품"이라는 점을 칭찬했다.
일본의 이동진 우타마루의 신세계 평론 번역본 일본의 래퍼 겸 문화평론가 우타마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궁극의 얼굴씨름 영화다"라며 배우들의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얼굴의 대치구도가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