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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바하> 줄거리
소녀 이금화(이재인 扮)의 독백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1999년, 어머니 뱃속에 숨어들어온 '그것'이 금화의 다리를 뜯어먹으며 잉태되었고 10분 먼저 태어난다. 두 아이를 받아낸 의사는 "금화는 정상이지만, 온몸이 털로 뒤덮인 채 태어난 '그것'은 곧 죽을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쌍둥이의 어머니는 일주일 후 산고로 사망하고 아버지는 충격으로 목매달아 자살했지만, '그것'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조부모의 손에서 그대로 금화와 함께 살아왔다.
2014년, 그들이 이사 온 마을에서 소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일이 일어나 큰 굿판을 열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굿을 주관한 무당은 그들의 집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밤 중에 몰래 들어오는데, '그것'이 갇혀 있는 문 앞에서 뱀에 발뒤꿈치를 물려 도망간다. 그리고 사실은 할아버지조차도 금화 앞에서 술을 마신 뒤 '그것'이 두렵다고 토로한다. 할머니는 종교에 심취해 있다.
한편,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밝히고 정통 종교 교단들로부터 후원금을 지원받으며 생활하는 극동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박웅재 목사(이정재 扮)는 기도만으로 암을 낫게 한다는 사이비 종교 '아가페 수녀회'를 향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중인데도, 불교계에서 두둑한 후원금을 타내기 위해 사이비로 의심되는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를 조사하는 중이다.
사슴동산 시설은 강원도 태백과 정선에 있는데, 정보원 고요셉(이다윗 扮)을 태백 시설에 잠입시켜 알아본 바, 의외로 교리가 건전하고 신도들에게 돈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생활이 어려운 신도에게는 보시까지 해준다고 한다. 유일하게 이상한 점이라고는 불교계 종교 단체인데도 신앙대상이 부처나 보살이 아니라 '장군신'이라는 것뿐.
하지만 박웅재는 오히려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고 지나치게 건전하게 보인다는 것이 도리어 수상하다 여겨 조사를 계속하는 한편, 불교 종단을 찾아가 사슴동산을 설명하며 자신을 후원해달라고 설득한다. 박웅재는 이런 소규모 단체가 "일본 옴진리교처럼 교주를 신으로 모시다 종말론으로 변질되면 이미 때는 늦다."라고 입을 털지만, 사이비 단체라는 아무 확실한 근거가 없었으므로 종정과 총무원장은 개입을 거절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박웅재와 가까운 사이인 해안스님(진선규 扮)이 불교의 이름을 달고 신도들 상대로 불상이나 위패 같은 것을 판매하다가 '추적 60분을 당한' 지방의 한 사이비 종교의 사례를 말하며 편을 들어주어, 박웅재는 후원을 약속받는다. 이야기가 끝난 후, 해안스님은 박웅재에게 종교의 3요소는 교주, 신도, 경전이니 "그 신흥 종교도 자기네 경전이 있을 테니 한번 알아보세요." 하고 조언을 건넨다.
한편, 강원도 영월군에선 갈라진 콘크리트 속에서 여중생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2년 전 해당 터널을 시공한 업체를 조사해 레미콘 운전기사 김철진(지승현 扮)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같은 시각, 김철진에게 정나한(박정민 扮)이 찾아온다. 서로를 '광목 님(정나한)', '지국 님(김철진)'으로 부르는데, 철진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잠들 때마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라고 고백하자, 나한은 "우리는 악을 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다 해 '죽을 것'을 요구한다. 어느 종교의 경문을 함께 읊으며 각오를 다진 두 사람. 이후 경찰은 용의자 김철진의 집까지 수사망을 좁혀오는데, 결국 철진은 아파트 옥상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나한은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떠나며 영화는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등장인물
박웅재(이정재) : 개신교 목사이자 신흥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부정 의혹을 추적하는 민간단체 극동종교문제연구소의 소장이다. 과거 어떠한 일로 인해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잃은 뒤 신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고요셉(이다윗) : 박웅재 목사의 밑에서 일하는 전도사. 작중에서 사슴동산에 잠입하여 무엇인가 건덕지가 없는지 살펴보거나, 박 목사의 운전기사 노릇 등 기타 여러 가지를 돕는 역할로 나온다. 작중 이름이 고요셉이라는 기독교식 이름인데 배우의 본명 또한 이다윗으로 기독교식 이름이다. 아직 군대를 가지 않고 전도생활을 하는 모양이며, 도중에 찬송가를 부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군대나 가야지'라며 푸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재현 감독의 다음 작품인 파묘에서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목소리로만 출연하는 이스터에그가 있는데, 팬들은 같은 세계관에 있고 군 전역한 고요셉이 알바라도 하고 있는 설정이 아닌가 기대하고 있다.
심 권사(황정민) : 박웅재 목사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이런저런 업무를 봐주는 평신도로 보인다. 여기저기 사이비들을 쑤셔놓고는 제대로 마무리를 안 짓고 또 다른 일을 벌리러 가는 박웅재한테 제발 좀 쓰던 기사부터 마무리해달라고 닥달하거나, 골초인 그가 사무실 안에서 또 담배를 피자 공기청정기도 없는데 그러냐고 타박하는 등 본격적인 작업을 빼고는 사실상 사무실의 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렇게 쉴새없이 긁어대는 심 권사가 아주 익숙한 듯이 능글맞게 받아치는 박 목사의 모습이 소소한 웃음 포인트. 이후 해안이 브리핑 차 사무실에 방문하자 사심이 있는 듯, 안 하던 화장까지 하고 와서는 따로 로투스 과자를 건네며 작업을 걸었다.
박은혜(이항나) : 박웅재의 누나. 서울남대문경찰서 생활안전과장(경정). 박웅재의 조사 덕에 직장에서 크게 덕을 본 게 있는지, 동방교를 쫓기 위한 여러 자료를 요구하는 박웅재에게 투덜대면서도 '그 때처럼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거지'라는 그의 대꾸에 반박하지 않고 유용한 자료들을 내준다.
평론가들의 이야기
우선 전반적으로 오컬트 장르 팬들은 전작 〈검은 사제들〉과 연결하여 "한국 영화에서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는, 오컬트 특화형 감독이 나왔다."라는 호평을 했다. 일반 관객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영화와 닮은 부분을 거론하기도 한다. 기독교의 종교인들이 악한 집단을 퇴치하러 간다는 점에서 〈검은 사제들〉, 악의 세력이 활동하다가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곡성〉, 예언이 주어지고 천적 간에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해리 포터와 볼드모트), 여러 오컬트 단서를 통해 문제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다빈치 코드〉 등이 언급된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다빈치 코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각자 기대한 바와 달라서 다소 모호한 작품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 이 작품은 퇴마물도 심령물도 아니고 추리 미스터리 수사물에 가깝기 때문에 예고편을 본 뒤 그런 걸 기대하고 관람했다면 다소 정적인 진행과 생각보다 별 거 없는 공포 요소에 실망하기 쉽다. "〈곡성〉을 기대했는데 〈다빈치 코드〉더라"라고 실망했다는 관객 평도 적지 않다. 그리고 예상보다 이야기가 꽤 복잡한 편인데 그만큼 박진감 넘치지는 않아서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거둬지지 않은 떡밥들이 많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상징을 통하여 치밀하게 연결되는 탄탄한 스토리와 이정재, 박정민 등 주요 배우들의 호연, 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묵직한 메시지 등 여러 인상적인 요소 덕에 개봉 당시엔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어도 현재에 와서는 장재현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본작을 최고의 작품 내지 오컬트 수작으로 꼽는 팬들도 꽤 많은 편이다. 때문에 장재현 감독이 이후 연출한 파묘의 대흥행과 함께, 사바하 또한 재조명 받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 박웅재 목사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있다. 한국의 개신교는 음주와 흡연을 금하는 문화가 있어 재현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에 대해 회의적인 박웅재의 캐릭터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박웅재는 일단 목사이긴 해도 특강이랍시고 대학생들 모아놓은 다음 '영적 전쟁' 운운하며 후원금을 받아내려 하거나, 사건에 얽히는 계기도 무슨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건수로 대박 한번 터뜨려보겠다는 욕심 때문으로 묘사되는 등 그렇게까지 종교에 충실하지 않음이 계속 묘사되다 보니 오류라고는 볼 수 없다. 여담으로 실제로 촬영 중에 이정재가 피운 건 담배가 아니라 금연초인데, 이정재가 비흡연자라 더 역해서 힘들었다고. 참고로 박웅재 목사 역의 이정재도 개신교 신자이다.